원광아동상담연구소

답변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원광아동상담센터입니다. 빠른 답변 기다리셨을텐데, 너무 늦게 드리게되어 죄송합니다.

보내주신 글을 보니, 3학년 아이가 엄마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화가 단절되어, 다시 이 태도때문에 갈등이 빚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네요. 자기의 잘못에 대해서 변명하고 정당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여 이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문의주셨습니다.

 

보내주신 글이 간략하여 정확하고 충분한 답변이 되지 못할 수 있음에 미리 양해를 구하며, 다음과 같은 부분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같습니다.

 

아이들의 정서발달은 연령마다 다양한 시행착오의 순간과 이를 기다려주고 격려해주는 부모님의 따뜻한 반응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갑니다. 상대방의 기분과 생각을 예측하고, 아이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보고, 또 지금 내 기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처음부터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숙하고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점차 통합적이고 다양하게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때, 부모님께서 지나치게 객관적이고 엄격한 기준으로 아이를 훈육하시게 되면, (그 내용은 틀린 것이 아니지만) 아이는 아직 충분히 상황을 이해하고 내 마음과 상대방의 의도를 느끼기도 전에, 단순히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평가받고 혼이 나는 무서운 경험만 기억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살펴보고 상황을 뒤돌아보는 과정이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때로는 억울하고 불편한 마음이 해결되지 않은채로 그냥 지나가게 되고,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쌓이게 되면, 지적받거나 혼이 나는 상황에서 "말해도 어차피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거다"라는 억울한 마음이 먼저 올라오면서 더 이상 상대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학년이 올라가고 사춘기로 접어드는 시점부터는 이런 억울한 마음을 때로는 "수동-공격"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데, 가장 흔한 것이 말을 하지 않고 입을 꼭 다물고 있거나, 괜한 말로 상대를 건드리는 식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알려주고 싶은 내용"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에 머물러 그 감정을 알아주는 것입니다. 적어주신 내용에서는 어머님께서는 아이의 태도로 인해, 또다시 다그치고 혼을 내는 경우가 많다 하셨는데, 이는 절대 하지 말으셔야 할 모습입니다. "니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텐데, 너도 당황했겠다", "동생한테 이유없이 화를 낸건 아니라고 믿어" 등 아이가 말하지 않았지만, 그 뒤에 숨은 의도와 감정을 이야기해주시고, 시간을 두고 좀 기다려주세요. 아이의 억울한 감정이 꽉 차 있는 순간에는 어머님의 어떤 훈육도 아이에게는 잘 흡수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녁에 자기 전이나, 간식을 먹는 시간 등 조금 여유있는 시간에 "지금은 기분이 어떤지" 챙겨주시고, 아까는 왜 그랬는지 이야기해주시고, 귀 기울여주세요.

 

어머님께서 어려서는 너무 무섭게 했지만, 지금은 아닌데 왜 말을 안하는지 화가 난다고 하셨는데요, 어머님의 태도가 바뀌었다고해서 아이의 마음이 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예전과는 다른 엄마의 모습을 충분히 경험하면서 아이도 서서히 자기의 마음을 편하게 이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여유를 갖고 조금더 지켜보시고, 그래도 변화가 없다면, 근처 상담기관이나 저희 기관(원광아동상담센터: 02-561-2082)으로 문의주시어 내방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