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이를 낳고 품에 처음 안았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 없지요. 울기만 했던 아이가 ‘맘맘마마’하다가 어느 날 ‘엄마’라고 처음 말했던 순간, 걷기 시작한 날, 처음 유치원에 간다고 가방 메고 나가는 날, ‘이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예쁘다’라고 품에 안겨서 말하는 아이의 모습은 마음속에 중요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육아로 힘든 날 마음속에서 살짝 꺼내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 짓게 되고, 위로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 TV의 육아예능에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예쁜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그 상태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 성장하고 발달해갑니다. 남에게 뭐든지 잘 주던 아이가 소유개념이 생기면서 자기 것이라고 울면서 주지 않으려고 하고, 마치 ‘싫어’, ‘안 해’라는 말을 하기 위해 태어난 아이처럼 죽어라 말을 듣지 않기도 하고, 엄마 말에 또박또박 말대꾸를 해서 엄마 속을 다 뒤집어 놓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에는 엄마 말보다는 친구 말을 더 절대적으로 따르기도 하지요. 그러나 이런 행동들은 그냥 우연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각 발달시기마다 반드시 이루어야 할 자신의 심리적인 발달과제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들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데, 엄마는 여전히 1살 때 엄마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아이에 대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부모-자녀관계에 심각한 불협화음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므로 다음을 잘 주목해주세요.
1. 아이의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 항상 연령을 먼저 생각해보세요.
지금 아이가 하는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 ‘가만있어봐라, 지금 내 아이가 몇 살이더라’라고 먼저 생각해보세요. ‘아, 지금 만 3세지’라고 아이의 연령을 떠올리시고, 그 다음 그 시기에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 시기는 신체, 언어, 인지가 많이 발달하면서 엄마, 아빠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보려고 하는 자율성과 주도성이 발달하는 시기입니다. 이때, 말을 듣지 않고, “안 해”, “싫어”라고 말하는 것은 ‘나 이제 조금씩 독립적이 되어가고 있어요. 나 좀 봐주세요.’라는 마음의 외침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을 잘 알고 계신 어머니라면 ‘너 왜 이렇게 말을 안 듣고 난리야’라고 혼을 내기 전에, ‘너 마음껏 해보고 싶은 거지’라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아이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고 한 박자 쉬어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엄마와 아이 모두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게 되고, 그 다음 ‘그런데...’라고 아이가 제대로 들을 수 있는 훈육을 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엇박자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2. 0-1세는 아이의 생물학적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자,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아이의 연령에 따른 부모님의 적절한 태도를 알아보겠습니다. 대략 출생 후 1세까지는 주양육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시기로 아이의 인생 중 가장 취약한 시기입니다. 특히 이 시기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자신의 모든 감각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이해하다보니 예민한 아이의 경우,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쉽게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아이의 불편감이나 생물학적 요구(먹고, 자고, 변을 보는 등)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맞춰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3.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가 보이는 행동은 문제행동으로 걱정하기 보다는 기질을 이해하고 맞추고 조절해 주세요.
대부분 만 3세까지, 조금 더 나아가서는 대략 만 5세까지 아동들을 상담할 때, 어머니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바로 아이의 까다로운 기질입니다. 낯선 사람만 보면 울고, 새로운 곳은 잘 가지 않으려 하고, 남자 목소리만 들어도 울고 무서워하고, 누가 만지기만 해도 때렸다고 화내고, 밤에 잠도 잘 못자고, 옷 입는 것도 까다로워서 새로운 것은 잘 안 입으려고 하고...이렇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어떻게 대처하기 어려운 행동들이 계속 나타나니 부모님들은 아이를 이해하기도 어렵고, ‘내가 엄마 자격이 없나.’, ‘내가 아이를 잘 못키우나.’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자신감도 저하되고, 심지어는 무력감까지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유아기에 나타나는 이런 행동들은 아이가 이상해서도 아니고, 엄마의 양육태도 때문에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은 생물학적 반응으로, 까다롭고 예민한 기질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까다로운 기질을 가진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을 적절히 무시하지 못하고 다 받아들이다보니 불안하고 불편해서 견딜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때 엄하게 혼을 내거나, 뭐가 무섭냐고 채근하기만 하면 아이의 불안에 기름 붓는 격이 되어 아이가 더욱 불편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가장 먼저 불안에 휩싸여 있는 아이의 정서를 다루어주시고(예를 들면, “갑자기 소리가 나서 놀랐지.”), 그 다음 너무 크게 받아들여 오해한 자극에 대해 잘 설명해 주시고(예를 들면, “이거는 밖에서 강아지가 멍멍 짖는 소리다. 한번 밖을 볼까 ?”), 다음을 잘 예상해서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예를 들면, “다음에도 갑자기 이런 소리가 들릴 거야. 그때는 ‘강아지구나’라고 생각해야해”). 그 외에도 바깥놀이 등과 같이 몸을 움직이는 놀이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기질 때문에 발생하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고 다루기 어려운 아이의 행동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이해와 양육방법에서 길을 잃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시면 엄마와 아이 모두 힘든 시간을 겪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 망설이지 마시고 가까운 상담 센터를 방문하셔서 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실 것을 권해드립니
4. 대략 만 2세까지는 애착에, 만 5세까지는 자율성과 주도성 발달에 주목하세요.
사실, 애착, 자율성과 주도성은 인간 발달의 가장 핵심이 되는 중요한 심리 발달 과제입니다. 애착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과 관계에서의 안정감을 온 몸으로 체득하게 되어 정서적으로 안정감 있는 아이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를 기반으로 해서 ‘스스로 경험해보고, 목표를 세워서 이루어내는’ 자율성과 주도성을 연마하면서 ‘사람답게 조절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그러다보니 이 시기의 아이의 행동은 정말 고집스럽고, 말 안듣는 행동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때, ‘정말 징그럽게 말을 안 듣네.’가 아니고 ‘에고, 조절을 연습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네.’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러므로 만 2세까지는 아이를 몸으로 안아주지만, 그 이후부터는 아이를 마음으로 안아야 합니다. 점점 ‘엄마가 해줄게. 엄마만 믿어’라는 자세에서 ‘네가 해냈구나. 이건 네 생각이란 말이지.’ ‘이걸 혼자 하려고 생각하고 있네.’ 등과 같이 점점 아이 스스로 해내는 것을 기뻐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럼 선생님, 아이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어야 하나요?’, ‘아이가 하고 싶은 건 다 하도록 내버려 둬야 하나요?’라고 질문하는 어머님들이 계십니다. 물론 당연히 ‘아닙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런데 여기까지만 해야 해”라고 정확한 한계점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훈육이지요. 훈육에 대한 것은 지난 번 <기 살리는 훈육법>에서 자세히 설명해 놓았으니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5. 초등학생이 되면 근면성과 성실함을 연습시켜야 합니다.
초등학생이 되면, 사실 엄마가 ‘공부 열심히 해라’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또, ‘공부 안하면 너 나중에 굶어죽게 된다.’ 는 식으로 격렬하게 겁을 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제가 20년 동안 아이를 상담해오면서 수없이 많은 아이들을 만났는데, 그 아이들 중에서 ‘난 공부 못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를 단 한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전의 발달에서 애착, 자율성과 주도성의 주춧돌이 너무 약한 경우, 아이들은 근면함과 성실함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 하더라고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고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제공해주시고, 해내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주면 아이들의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선한 동기인 성실함과 근면함을 잘 연습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그냥 저절로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면 힘이 덜 들겠지만, 그런 일은 없습니다. 부모가 된다고 갑자기 아이에 대한 모든 지식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부모님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아이의 연령에 따른 발달과제를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글을 읽는다고 하루아침에 아이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양육행동이 달라지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그래도, 조금씩 알아가고, 이 중에 하나라도 적용해보신다면 어느 날 문득 많이 성장해 있는 부모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오늘 하루 이 중에서 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만 정해서 적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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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8-31 22: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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